이런 성질의 글을, 그것도 이 블로그에 올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허허
어찌보면 여가의 틀에 포함된 글이니, 일단 ‘여가’ 카테고리에 포스팅 하겠지만…(사실 새 카테고리를 굳이 만들기 귀찮았음)
성인이 된 이래 어떤 한 운동이나 취미를 꾸준히 누군가에게서 배워본 적이 없는 나로선, 항상 합기도를 다시 배우는 것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즈음 부터 시작하여 거의 6학년까지 다녔었던 합기도는 꽤나 어릴적에 익혔던 것 치고는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나보다.
일단 몸에 유연성을 내장시켜주어서 춤추는 데에 – 심지어 발레를 곁들인 –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취향적으로는 속칭 ‘마샬아츠’ 라 불리는 휘리릭 하고 쩜프쩜프 하는 행위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긍정적인 기억만 남은 채로 성인이 되어, 심지어 캠퍼스 밖을 벗어나게 되니 내가 이 동네 네이버지도에서 가장 먼저 검색한 것이 합기도 였던 것은 나에겐 크게 놀랍지 않은 일이겠지…
주변인들은 굉장히 생소해하지만, 매일 저녁 도복을 입고 띠를 두르고 슬리퍼를 끌며 합기도장을 향해 가는 것이 요즘 나에겐 새로운 취미이자 여가,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되었다.
자취를 시작하고 여러 만족스러운 점들이 많지만, 단연 합기도를 다시 다니는 것의 지분이 적지 않으리라.
아 그래서 이 하루한합 (하루 한 합기도) 의 취지가 뭐냐하면, 그날그날 합기도에서 무엇을 수련했는지, 무엇을 성공했고 무엇이 어려웠는 지 적는 것을 시작해보려한다.
아무래도 첫 포스팅인지라 주저리주저리 넋두리가 많은데, 앞으로는 그리 길지 않은 포스팅이 주를 이룰 듯 하다.
보통 그날 하루 발차기면 발차기, 체조면 체조, 체력단련이면 체력단련 이렇게 주제가 정해져서 수련을 하니까 다양한 내용이 들어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첫 포스팅이니, 처음 수련을 나간 뒤 (6월 2일) 약 2주간 무엇을 했는지는 간략하게 적어봐야겠다.
첫 주는 아이들이 – 수련생이라 칭할 수 있지만, 일단 나에게는 너무 어린 친구들이라 – 체조 위주로 집중수련을 하는 주였다.
덩달아 나도, 그나마 자신있었다면 가장 자신있는 부분인 체조를 처음부터 배우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발 쓰는 방법이 내가 배웠을 때와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옛날엔 오른발잡이인 나는 자연스럽게 반동을 줄 때 오른다리를 들고 왼발로 한번 짚은 후 빠르게 왼발-오른발 순으로 차면서 덤블링을 했는데, 이 합기도장에서는 완전히 반대더라.
오른발잡이이기 때문에 오른발의 힘이 강해서, 오른발로 먼저 발을 차야한다더라.
덕분에 기존과 완전히 반대인, 왼다리를 들고 오른발로 한번 짚은 후 빠르게 오른발-왼발 순으로 차는 법을 익히는데 한주 이상 – 그리고 지금도 – 소요될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기본 체력, 근력이 있는데다 운동을 쉬진 않은 몸이다 보니 핸드스프링같은 쉬운 동작들은 곧잘 다시 하게되어 기분이 좋았다 🙂
그 외에도 지난 2주간 발차기, 유도, 호신술, 낙법 – 제자리 낙법이 아니라 달려오면서 하는 길이낙법, 높이낙법 – 등등 합기도 답게 이것저것 찍먹을 시전했다.
느낀점은, 처음 흰띠부터 배우는게 아닌지라 체계는 조금 적을지라도, 다같이 움직이고 운동하면서 나보다 높은 단의 아이들이 – 와 다 잘하더라 –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노하우를 익히는데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수련하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은 발차기를 메인으로 수련했다.
수련법은 옛날과 똑같은게 신기했다. 사부 – 부관장님 – 가 앞에서 미트를 들고 정해진 발차기 동작을 반복하면서 익히는 것.
디테일한 명칭이나 동작은 좀 다를지라도 결은 같으니 기본 발차기들 – 찍어차기(나는 빗차기로 배웠던), 옆차기, 안/바깥다리후리기 등 – 따라하기는 쉬웠으나, 내가 배우지 않았던 동작이 나오니까 나도 어쩔수 없더라…ㅋㅋㅋ
특히 턴차기를 필두로 파생되는 외발턴차기 – 턴차기 후 찬 발로 착지 – 와 A턴차기 – 오른발로 찰 때 공격자세에서 왼다리를 가져오며 점프 후 그와 동시에 오른발 돌려차기 – 와 B턴차기 – 오른발로 찰 때 방어자세에서 왼다리를 가져오며 점프 후 오른발 돌려차기와 동시에 왼다리를 내림 – 등등을 할 땐…골반건강에 유의해야겠더라 🙁
그 외에도 마샬아츠의 기본인 트래킹 – 발차기와 체조 동작을 섞어 수행하는 것 – 도 해보고 아직 해볼만 하다는걸 느낌과 동시에 안해볼만 하다는걸 느꼈다 ㅋㅋㅋㅋㅋ
하반신 건강에 유의할 것….
2주 쯤 다녀보고 느낀 감상은, 사람들도 좋고 – 이게 내가 아재가 되어서 없던 넉살도 생겨갖고 어색해하든 말든 걍 들이대는건지 이사람들이 붙임성이 좋아서 날 받아주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 운동도 좋고, 아주 다 좋다 ㅎㅎ
시간도 적당하고 – 매일 1시간씩인데, 가끔은 더 많이했으면 좋겠다 – 내가 급한일이 있으면 언제든 빠져도 되니까 부담도 없다.
모쪼록 오래오래 다녀서 살도 좀 빼고 몸도 좀 날렵해지고 그랬으면 좋겠다.
단련!
-RedCol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