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비밀이라는 것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지는지 아는가?”
프라임이 질문했다.
비숍이 아무 말도 않자 프라임이 말했다.
“‘차별’일세.”
비숍의 손이 꿈틀했다.
“의식이 있는 모든 생물들은 남이 갖지 못한 무엇인가를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큰 만족감과 우월감을 갖게 되지.”
“······.”
“이름부터 다른 이와의 교제, 귀중품까지, 차별을 위한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네. 그중에서 비밀은 가장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차별성일세. 그러나 대가는 여러 모로 크지.”

– 가즈나이트R 12, 이경영, p 50 발췌

명언이라는 것은 역시 누군가가 말했는가 보단 읽는 자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다.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글이지만, 그걸 글로써 ‘잘’ 표현해 내는 것은 역시 작가라는 것일까.

나는 비밀이 필연적으로 가져야 하는 대가가 너무 두렵다. 비밀은 자고로 거짓과 단절을 수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비밀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 더더욱 남들의 속마음에 무관심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타인의 비밀에 관심을 보이고, 그 사람이 비밀을 감추려 한다면, 그 사람은 비밀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싶은 경우가 더러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오기?

2017년 연말에 쓰는 2017년 정산

나름 네이버 블로그와는 사뭇 다른 블로그가 생기기도 했으니 여기에 연말정산을 적어봐야겠다.

올 한 해, 더 나아가서 KAIST 학부를 지내는 지난 5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에서 학부라는 시기는 절대 더 없을것이기 때문에 이런 영향을 끼친 시기 역시 더 없을테지만 😀

올 한해 무슨일이 있었는가 끼적여볼까…

1~2월은 여느때처럼 춤만 췄던 것 같다.
더 신경써야 했던건 2월말 항상 하던 신환공연과 더불어 1월말 영캠공연까지 했어야 했던 점 정도? 영캠공연을 하는 것 자체는 동아리입장에서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투표결과엔 일절 반영되지 않은 것 같지만.

3월. 봄학기가 시작되었고, OS와 창시구를 맞이하게 되었다. (WTF)
4~5월. 여느때처럼 축제를 준비했지…
6월. 본격적으로 대학원 면접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다.
OS는 정말이지 ㅋㅋㅋㅋ 그 악명을 온몸으로 받아내려니 뭐같은 기억밖에 없다. 꾸준히 16주동안 괴롭힘 받았던 느낌…보통 추억이라 함은 미화되기 마련인데 저 오씨 친구는 보정조차 절대 없을 몇 안되는 친구일 것 같다.
창시구는 나름 괜찮은 조와 좋은 교수님이 걸려서 별 탈 없이 끝났던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제대로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느낌이 적었다는 점? 발표도 하고 제작도 하고 보고서도 썼는데, 오히려 후술할 가을학기에 들었던 과목들이 훨씬 ‘프로젝트’라는 느낌은 강했던 기분이다.

7~8월. 역시 여느때처럼 댄스컬을 준비했지. 거기다 더해서 대학원 입시준비까지 열심히 했던것 같다.
나름 4대역학 공부도 하고(다시 보면서 유체는 정말….는 열전달 연구실로 진학하는건 함정) 정장입고, 구두도 사 신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면접도 적당히 잘 본, 나쁘지 않은 입시였다. 그리고 이 면접에서 나의 대학원 생활을 맡길 교수님을 발견하게 되는데 !두둥!

9월. 대학원 입시 합격! 다가올 10월에 걸쳐서 진학할 연구실 컨택을 진행했다.
원래는, 17년도 초반까진 여지없이 엔진연구실이나 연소연구실에 진학하게 될까 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개별연구를 해본 곳이 엔진연구실 뿐이기도 했거니와 분야자체도 나쁘지 않았었기에…
근데 봄학기 엔진공학 과목 발표를 말아먹고, 분야에 대해 굉장한 회의가 들면서 다른 분야에 대해 알아보려던 찰나..! 면접관으로서 뵀던 이봉재 교수님의 연구분야(복사열전달)가 끌리기 시작했다. 원래 열쪽으로 생각이 있기도 했거니와 최근엔 최적화에 관한 연구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나의 전산학부 복수전공을 적용해볼 더할나위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이봉재 교수님의 연구실에 진학하게 된다. 물론 교수님의 비전, 성격 등 여러가지를 보고 진학하는 것도 있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나의 마음가짐, 나만의 비전, 나의 노력, 나의 즐거움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아직까진(물론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학업에 대한 열의는 충만하다. 파이팅하자 ㅎㅎ

가을학기에 수강한 과목 두개를 빼놓을 수 없다.
기계과 과목은 이봉재 교수님의 ‘컴퓨터 응용 열 시스템 설계’라는 과목이다. 모델링 된 열시스템 해석에 프로그래밍을 이용하는 법을 배우는 과목이었다. EES는 스스로 해까지 구해줘서 심심했는데 MATLAB을 활용한 프로그래밍에선 내장된 solver를 쓰는 법도 있었지만, 보다 친숙한 언어로 프로그래밍하다보니 보다 그럴싸한 뭔가를 해내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가 학기말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내 스스로 주제를 찾고 직접 시뮬레이션도 돌리고 하다보니 훨씬 ‘프로젝트’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결과물은 조악했지만 ㅋㅋㅋㅋㅋㅋ)
전산과 과목을 빼놓을 수 없다. 유신 교수님의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과목인데, 사실 거창한 인공지능은 아니고, 탐색기반/진화기반 최적화에 대한 방법을 주로 배웠다. 아마 대학원에 가서도 계속 연구에 적용할 여지를 남겨놓고 생각할 수 있을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 (이상 햇병아리의 망상이었습니다.)

그 외에 KSIAM-MathWorks Problem Challenge에서 상받은거, 마지막 학부생으로서 도전한 대수경에서 은상씩이나 받은거 등. 돌이켜보면 대학원 입학과 더불어 기쁜 소식이 주를 이뤘던 것 같다.

물론 사이사이에 조금 힘든 일도 끼어있었지만, 항상 그렇듯 고뇌는 인간을 단련시킨다는 삶의 지론이 있기 때문에 ㅎㅎㅎ. 분명 그 속에서 배울 것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았으니 괜찮다. 물론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싶지 않다는 강한 바람이 그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내년이 되어서도 좌우명은 변하지 않는다.
Colour My Life.
한 번 뿐인 인생, 내맘대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로 색칠하며 살아보련다.

2018년도 재밌게 살아봅시다.

공부와 노력

오늘 지도교수님과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항상 그렇듯 교수님의 명언 아닌 명언을 듣고 왔는데, 이번엔 그 종류가 방대해서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어려운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것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하면서 처음 들었던 말씀이다.
저 말을 듣고 살짝 충격을 받았던게, 진짜 그럴싸했기 때문에 ㅋㅋㅋㅋㅋ
살면서 우리는, 특히 여태 내가 해왔던 바에 따르면 공부를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에 부딫친다.
그리고 항상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든 어쨌든 지나고 나면, 그 문제가 별것 아니었던 것 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그건, 실제로 문제가 별것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시험문제도 마찬가지. 유형과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던가.
처음보는 유형의 문제를 만나면 어렵다고 느끼지만, 그 해법을 알아내고 이해할 수 있다면 끝내 어려운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앞으로 연구하면서, 더 나아가 삶을 살면서 고난을 마주쳤을 때 마음가짐에 대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말씀이었다.

어떤 수준의 사람이 되고 싶으면, 그 수준에 걸맞는 노력을 해야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3 sigma의 사람이 되고 싶으면 +3 sigma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태까지 봐온 세상사에 의하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좀 들 해도 되는 것 같았지만…ㅎ
결국 이바닥에 남는 사람들끼리 비교하게 된다면 재능이 있든 없든 결과물은 그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마냥 뜬소리는 아닐 것이다.
결론은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는것.
오늘의 면담 주제도 그것이었다. 방학때 저 + n sigma만큼의 노력을, 공부를 했다고 하려면 뭘 해야할까?
결과론적으로 나같은 꼬꼬마는 다음학기에 들을 코스웤 예습이나 해야하는 것이 전부였다.
세상의 당연한 이치인 것 같기도 하다. 박사학위처럼, 어떤 수준 이상으로 날 끌어올리고 싶으면, 당연히 그 수준만큼의 노력은 불가결할 것.

했는데 안됩니다, 는 안된다.

오늘 처음 들은 말씀인데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말씀을 좀 더 정확히 쓰면, ‘했는데 안됩니다, 에서 그치는 것은 안된다’ 이다.
조금 당연하지만, 나도 모르게 평소의 행동거지에 이런 것이 묻어날까 걱정되는 부분이긴 하다.
살면서 너무 instructor가 존재하는 공부만 하다보니 홀로 공부를 하는 방법을 모르는 느낌?
결국 내가 지금 선택한 길은 self-instruct 하지 않으면 안되는 길인데 말이다.
했는데 안됐을 수 있다. 당연히. 하지만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은 다른 차원의 능력일테니…역시 남은건 노력뿐인가 싶다.

한가지 아쉬운 말씀도 들었다. 주중에 하는 도서관근로에 대해 부정적이신……ㅠㅠㅠㅠ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니, 뭐, 이해는 합니다만
학업을 하려면 먹고싶은거 먹고, 사고싶은거 사고, 하고싶은거 하고, 미래설계도 할 정도의 재정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헤헤
일단 주말근로를 알아봤는데,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보아하니 원래 1년 후 하기로 계획되어있던 한마음 봉사단 일도, 또 CA나 수업조교 같은 일도 허락맡기 벅차보인다 ㅂㄷㅂㄷ
이것이 빡센 연구실의 표본인가….
(돈이나 많이 주셨으면 ㅎ)

-RedColour